동시대 판소리의 미학을 탐색하다 국립창극단 <절창Ⅴ>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은 <절창Ⅴ>를 4월 25일(금)과 26일(토) 양일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을 표방한 ‘절창’ 시리즈의 다섯 번째 무대로, 팔색조 매력을 갖춘 두 소리꾼 왕윤정과 김율희가 출연해 우리 소리의 매력을 전한다.
아주 뛰어난 소리를 뜻하는 ‘절창(絶唱)’은 젊은 소리꾼의 진면목을 재발견하는 동시에, 판소리의 동시대성을 신선한 구성과 모던한 콘셉트로 표현하는 국립창극단의 프로젝트 공연이다. 전통 소리의 본질은 지키되, 콘서트를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무대에서 소리꾼들이 자신의 기량을 펼치며 관객과 더욱 친밀하게 교감하는 공연을 지향한다. 2021년 초연 이래, 매해 한 편씩 총 4개의 시리즈를 선보였다. 과감한 실험을 거듭하며 “판소리가 그 자체로 ‘힙’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판소리와 창극의 장점을 두루 살린 새로운 형식”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평균 객석점유율 90퍼센트를 상회하며 국립창극단을 대표하는 브랜드 공연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다섯 번째 ‘절창’의 주인공은 국립창극단의 왕윤정과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의 소리꾼 김율희다. 왕윤정은 2020년 국립창극단 입단, 창극 <리어>에서 리어왕의 둘째 딸 ‘리건’ 역과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창극 <정년이>에서 엘리트 연구생 ‘허영서’ 역을 맡아 섬세한 소리와 연기로 관객에게 존재를 각인시켰다. ‘절창’ 시리즈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외부에서 발탁된 김율희는 전통 소리를 바탕으로 재즈·레게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뮤지션이다. 뿐만 아니라 작창과 연기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예술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 소리꾼은 “소리를 향한 열망을 채워주는 뜻깊은 무대인 만큼,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정통 소리의 진가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무대에서는 ‘절창’ 시리즈 최초로 판소리 ‘흥보가’의 재구성에 도전한다. 완창에 3시간가량 소요되는 원전을 약 100분으로 압축해 선보일 예정이다. 가난하지만 착한 흥부와 욕심 많은 놀부의 대비를 통해 권선징악의 교훈을 전하는 친숙한 이야기의 전개 방식을 비트는 대신, 이야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통해 동시대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원작에 녹아있는 가부장적 가치관에 물음표를 던지고, 현재를 살아가는 30대 여성 소리꾼으로서의 진솔한 해석을 가미한다. 제비가 보은으로 물어다 준 박씨로 착한 마음을 보답 받게 되는 ‘흥보가’ 속 판타지적 요소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흥보가’ 속 재미있는 요소를 더욱 극대화하여 유쾌하고 새로운 ‘흥보가’를 들려준다.
리듬감을 한껏 살린 음악도 또 다른 감상 포인트다. ‘흥보가’ 특유의 해학적인 재담과 말맛을 살리기 위해 발현악기와 갖가지 타악기를 적극 활용한 리듬 위주의 편곡을 더했다. ‘제비노정기’ ‘박타령’ 등 ‘흥보가’의 대표 대목들도 빠짐없이 만나볼 수 있으며, 국립창극단 전계열(고수)·황소라(가야금)와 객원 연주자 김홍식(타악)·강상훈(베이스·기타)·강태훈(건반·거문고 외)이 함께 무대에 올라 풍성함을 더한다.
20년간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이끌어온 민준호가 연출·구성, 배우와 연출로 다년간 활동해온 우상욱이 공동연출을 맡는다. 연극성을 강조한 무대를 구현해 단숨에 판을 사로잡는 소리꾼의 매력을 배가할 예정이다. 판소리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실험하는 ‘입과손스튜디오’ 이향하 음악감독, 민 연출과의 협업으로 유쾌한 작품을 선보여온 오인하 작가가 대본을 맡아 완성도를 더한다. 이 외에도 무대디자이너 남경식, 의상·장신구 디자인에 ‘서담화한복’ 등이 참여해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절창Ⅴ>의 미장센을 완성한다.
동시대 판소리의 미학을 탐색하다 국립창극단 <절창Ⅴ>